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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근거지와 엘사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누가 만들었을까요?

by jabdic 2023.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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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에는 엘사도 있고 개근거지도 있고 다 있어." 얼마 전 조카에게 들은 이야기인데요. 설명을 들어보니 초등학교에서 유행어처럼  쓰이는 말이라고 하더군요. 순간 씁쓸한 마음이 생겼지만 한편으로 이런 문화가 생겨난 것이 과연 아이들의 잘못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개근거지와 엘사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누가 만들었을까요?

 

 

초등학교에서 유행하는 혐오표현

개근거지

매일 개근하는 거지라는 말인데요. 해외여행 갈 돈도 없어서 매일 출석하는 아이에게 친구들이 놀리는 신조어입니다. 한 때 성실함의 대명사였던 개근상이 이제 가난함의 상징이 되는 걸까요? 

 

엘사

LH (주공아파트) 아파트에 사는 거지라는 뜻인데요. 초등학생들에게 거지라는 기준은 도대체 누가 알려줬을까요?

 

휴거

휴먼시아에서 만든 저가의 아파트에 사는 아이를 놀리는 표현입니다.

 

이외에도 어떤 집에 사는지에 따라 전세 사는 거지를 줄여서 부르는 전거지, 빌라거지 등의 혐오표현이 있습니다.

 

 

개근거지와 엘사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누가 만들었을까요?

초등학생들이 사용하는 거지라는 표현은 무의식적으로 계급을 나누는 말인데요. 아이들 입장에서는 단순히 돈이 없으니까 거지라고 부른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여행 못 가고 LH아파트나 빌라, 전세에 살면 돈이 없는 것이라는 기준을 알려준 건 누구일까요?  바로 부모입니다. 

 

현재 20대에서 40대가 초등학생 학부형들의 연령인데요. 이 세대 역시 무의식적으로 부모세대로부터 치열하게 경쟁해 남을 짓밟고 올라서는 것이 성공이라고 배워왔습니다. 하나의 예로 아파트를 짓고 있는 건설노동자를 보며 부모가 말합니다. "공부 열심히 안 하면 저렇게 된다." 순간 아이의 머리에는 '건설노동자는 성공하지 못한 삶을 사는구나'라고 인식되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부모가 아이에게 말합니다. "쟤는 싼 집에 살아서 그래.", "돈이 있어야 해외여행을 가지." 등의 의도치 않은 말들을 은연중에 합니다. 하지만 아이의 입장에서는 '싼 집에 살면 거지고 해외여행 못 가면 거지다'라는 공식이 생겨버리는 것이죠.

 

결국 부모의 부모의 세대에서부터 시작된 성공과 돈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아이세대까지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입니다. 온전한 부모의 잘못으로 아이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초등학생들도 나이가 먹고 자라면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가 부모님의 소유가 아니라 은행의 소유라는 것을 알게 될 테니까요. 

 

상대를 혐오하는 행동은 심리학적으로 자신과 닮은 부분을 발견했을 때 나타나는 흔한 표현방법인데요. 아이에게 자신이 친구의 부모보다 돈이 많다는 것을 과시함으로써 순간적인 우월감을 느끼지만 마음 한편에는 비슷한 처지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입니다. 자신도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듣겠죠. "돈 없으니까 아파트에 사는 거야."라고요. 

 

 

돈으로 계급을 나누는 천민자본주의의 행태가 부디 우리 아이세대들에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런 혐오문화 말고도 다음세대에 물려줘야 할 좋은 문화는 충분히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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