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가 영화 추천 목록에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봤는데요. 스릴러 영화라는 장르적 특징을 잘 표현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작품이어서 흥미진진하게 감상했습니다. 그럼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를 사회적인 관점에서 리뷰해 보겠습니다.
1인 가구와 세대 간의 소통
영화의 주인공인 준영(임시완 분)과 나미(천우희 분)는 부모로부터 독립해 청년 1인 가구로 생활합니다. 나미의 아빠(박호산 분) 역시 혼자 살아가고요. 준영의 아빠인 우지만(김희원 분) 역시 형사라는 직업적 특성상 집에 거의 들어가지 않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주요 인물들이 서로의 섬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이 섬을 연결해 주는 것이 영화의 주요 소재이자 핵심인 스마트폰입니다.
준영은 어떻게 보면 시대의 흐름과 사회적 문제에 대해 통찰하는 대사들을 툭툭 내뱉습니다. 나미에게 아빠한테 '평소에 잘하지 그랬냐'라는 말을 통해 서로 인스타그램을 하고 있지만 교류는 없는 부분들을 꼬집기도 하고 준영의 아빠인 지만에게는 폭력적이고 자식에게 무관심한 태도에 대해 증오심을 내비치기도 합니다.
준영이 말합니다. '자신이 이렇게 된 건 다 아빠 때문이라고' 범죄자의 책임회피로 보일 수 도 있지만 성장기의 청소년들에게는 부모와의 소통을 통해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준영만큼은 아니지만 나미 역시 부모와의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모습들을 보이는데요. 다행히 극이 진행되면서 서로에 대해 이해해 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휴대폰 개인 정보 유출
올해 1월 LG U+ 에서 고객 18만 명의 개인 정보가 유출되는 사태가 벌어졌는데요. 이러한 정보들이 결국 돌고 돌아 극 중에서 나미의 핸드폰이 스파이웨어가 심겨 SNS가 해킹되었듯이 실제 우리 주변에서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해외에서 해킹하는 경우가 빈번이 발생합니다.
"내가 나미 폰 줍고서 아저씨 앞에 이러고 있기까지 며칠이 걸렸을까? 3일 걸렸어, 3일. 이것만 있으면 알 수 없는 게 하나도 없어요. 이것만 있으면 네가 뭘 샀는지, 뭘 원하는지, 뭘 가졌는지, 뭘 처먹었는지, 누구를 좋아하는지, 누구를 싫어하는지 이것만 있으면 누구든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있고 누구든 될 수 있는데 근데 뭐, '말도 안 되는 생각 하지 마'야."
이 대사 하나만으로 개인 정보 유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는데요. 저희의 정보가 구글이든 네이버이든 다음이든 통신사, 은행 기타 등등 이미 떠돌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단지 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가 나에게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공지능 AI의 등장
영화에서 AI는 초반에 음악을 틀어주는 역할로 잠깐 나오고 준영이 통화를 할 때 음성 변환 프로그램으로 등장하는데요. 그리 위험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에서는 강력한 AI가 등장하는데요. 바로 주인공 준영입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발명한 ChatGPT로 인해 전 세계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언어기반 AI 답게 마치 사람이 말을 하듯 대화를 이어가는데요. 만약 챗지피티와 같은 인공지능이 준영과 같은 윤리의식을 가지게 된다면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인류의 종말로 이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물론 이와 같은 생각은 영화에서 많이 확장된 해석인데요. 준영의 건조한 말투와 논리적인 사고방식이 ChatGPT와 대화를 나눌 때 듣던 대답과 비슷하게 다가왔습니다.
기술발전으로 인한 고립
영화에서 준영은 스마트폰 해킹으로 인한 정보를 이용해 나미의 인간관계를 하나씩 차단시켜 갑니다. 이 부분에서 흥미로운 점은 카톡 하나, 인스타그램 게시물 하나에 그동안 쌓아왔던 사회적 관계들이 우르르 무너져 내린다는 것입니다. '그거 너 아니지?'라는 말을 할 법도 한데 그렇지 않더군요. 절친과의 관계도 의심 한 번에 끊어져 버리고요.
물론 '영화라서 그렇지 뭐' 이렇게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스마트폰은 터치 한 번에 관계를 쉽게 연결시켜 주지만 그만큼 쉽게 끊어지게도 합니다. 극 중 인물들과 같이 많은 사회적 관계 속에 함께 있는 듯 하지만 심리적으로 느끼는 불안감과 외로움을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표현합니다. SNS와 인터넷 활동을 통해 이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죠. '나 여기 있어'
영화 속에서 '24시간 안에 전화번호에 등록된 사람들 중 아무도 연락이 오지 않으면 죽는다'는 규칙이 현실에 적용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요?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같은 소설을 베이스로 한 일본 작품과는 완전히 다른 작품으로 태어났는데요. 등장인물과 배경이 되는 사회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잘 그려낸 것이 하나의 이유라 생각됩니다. 물론 김태준 감독의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고요. 기대를 하지 않고 보아서인지 더 재밌게 감상했던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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